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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실험대학’ 빼닮은 2010년대 ‘대학구조개혁’

‘학점을 줄이고, 학업성취능력에 따라 학점을 부여하며, 복수전공·부전공을 확대해 교육기회를 다양화 할 것, 학과별 정원제를 대학·계열별 정원제로 전환하며 조기졸업제와 계절학기를 운영하라.’

1973년 문교부(현 교육부)가 고등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내놨던 ‘실험대학’ 정책의 골격이다. 1980년대 초까지 이어진 실험대학은 한국고등교육 역사에서 10년 남짓 나타났다 사라진, 이름 그대로 실험적인 정책으로 기록돼 있다.

정원외 학생을 ‘고객’으로 맞아 고액 등록금을 책정하는 식으로 ‘강의장사’나 일삼던 당시 대학가의 현실에 비춰보면, 실험대학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했던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지금까지도 교육사·교육정책 분야 논문들은 하나같이 실험대학의 내용과 개혁적 시도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정책실패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단 10여년의 ‘실험’에 그치고만 ‘실험대학’. 공교롭게도 30여년이 지난 지금, 정부와 대학은 실험대학 실패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 1970년대 문교부의 실험대학과 2010년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정책은 판박이처럼 닮았다.

▲ 일러스트 돈기성

대학개혁 명분으로 대학평가, 꼼수까지 '판박이'

1971년 문교부는 고등교육개혁에 착수한다. 2년 전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학입시 부정, 공금 유용, 정원외 학생모집 난립, 학교시설 미비 등이 지적되면서 대학교육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문교부는 대학개혁을 주관하는 ‘고등교육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학개혁’을 시작했다. 대학의 자율성과 특성화, 교육의 질 향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문교부가 강조한 ‘대학개혁’은 실제론 ‘대학평가’였다.

실험대학 첫해, 문교부는 10개교를 지정해 선도모델로 제시했다. 이들 시범대학은 타 대학에겐 단지 선도모델이 아닌, 하나의 ‘기준’이었다. 문교부가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문원 중앙대 교수의 「해방후 한국 고등교육정책의 역사적 평가」에 따르면 “계열별 학생선발을 원치 않는 학교와 학과가 있다고 해도 문교당국의 실험대학 운영방침이 어떠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고, 대학당국 역시 실험대학의 명분에 편승해 각 과의 실정이나 주장을 무시해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한 실험대학이 아닌 경우에는 입학정원을 통제하는 등 국가 간섭이 심화”됐다. 이 교수는 이를 “자율적 참여라기보다 반강요에 의한 참여”라고 꼬집었다.

대학 자체평가와 전문가집단 평가도 매년 이어졌다. 이마저도 ‘형식적인 평가’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는데, 개별 재정지원사업마다 대학을 평가해 ‘우수’와 ‘탈락’의 꼬리표를 달아주는 현 교육부의 평가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자율성을 무시한 채 평가 위주의 대학정책이 수년간 이어지자, 대학들도 감시망을 피해 자구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대학 간 눈치싸움과 편법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실험대학은 기존 160학점이던 졸업학점을 140학점으로 줄여야 했는데, 대학들은 이를 경비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했다. 매년 반복되는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지표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형식적인 평가에 지표를 충족하면 그만이었기에 교육의 질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평가다.

실험대학은 당시 경직된 대학강의를 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개선하길 원했기 때문에 대학은 교육기반을 다지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관리·감독도 되지 않았다.

예컨대 전임교원을 늘리고, 교수의 책임시수를 줄여서 충실한 강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했고, 교육을 도와줄 학습조교 등도 대폭 늘려야 했다. 하지만 경비 절감과 평가지표에 관심을 두고 있던 터라 교육투자를 과감하게 늘리는 대학은 그리 많지 않았다. 복수전공·부전공은 ‘공부 안 하는 학생’을, 조기졸업자는 ‘교수 말 잘듣는 학점벌레’라는 비아냥까지 받았다.

10개교로 출발한 실험대학 선도모델(시범대학)은 1980년 전국 대학 83개교 중 절반에 달하는 43개교로 확대됐지만,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우민화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과 특성화를 유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선도모델대학을 지정해 대학을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정책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프라임·에이스·링크사업 등 정부가 원하는 취·창업 중심의 대학구조개혁정책도 실험대학처럼 반짝 나왔다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기사출처 _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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